​​ 인고의 착각

인고의 착각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허태균 교수는 2015년 발간한 '어쩌다 한국인' 이란 책에서 한국인들의 민족적 특성을 몇가지로 정의하여 여타 다른 아시아 민족들과 구분하고 있는데 그 특성중 한가지로 인고의 착각을 들고 있습니다.

 

허태균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인고의 화신”이라며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나중에 보상 받을 거라고 믿지만 그건 착각이다. 자신이 겪은 노고가 나중에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치 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간단한 문구 '인고의 착각',

그동안 뭔가 이치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게 마치 일에 중독된듯 또는 어떤것에 불필요할 정도의 고통스러워 보이기 까지 할 정도로 노력을 쏟아 붙는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은 들지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간략하게 나마 인고의 착각 항목이 포함된 허태균 교수가 주장하는 한국인의 6가지 특성을 적어보겠습니다.

 

 

1 세상의 중심은 나다

 

“한국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왜 꼭 자신을 사진 한 가운데 넣어서 찍을까요? 외국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사진에 담을 뿐 그 안에 자기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주체성은 다양한 곳에서 드러납니다. 이른바 갑질도 그렇습니다.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은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합니다. 갑질의 시작은 대부분 ‘너 나 무시하지?’인데, 이어 나오는 말, ‘내가 누군지 알아?’입니다.

 

 

2. 우리 모두가 가족이다

 

한국에서 가족의 개념은 유교의 효 사상에 근거한 동양적 특성을 넘어섭니다. 가족 개념의 사회적 확장이 일어난다는 게 특징이 있는데, 식당 아줌마도 이모고 회사 선배도 형님이며 아빠 친구는 삼촌, 엄마 친구는 이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군사부일체’란 말을 한국사람들은 임금과 스승을 어버이처럼 대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3. 우리가 남이가?

 

“일본에서는 정말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합니다. 공식적인 조직 속에서 자신에게 정해진 역할과 의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한국 문화는 다릅니다. 한국인에게는 조직보다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조직과 회사와 같은 거대 시스템보다는 바로 내 앞과 옆에 앉아있는 동료와 상사, 부하직원과의 일대일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한 겁니다. 한국 사회가 수직적이라고 하지만 조직적 수직체계만 중요시해왔다면 훨씬 살기 편했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관계적’ 수직사회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조직에 충성하고 주어진 공식적인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옆의 상사와 동료에게 충성하고 타인과의 일대일 관계에 더 충실한 이유입니다.

 

4. 인고의 착각-일 또는 노력에의 중독증

 

“심리학에서는 서구 사회를 ‘저맥락사회’라고 합니다. 저맥락사회에서는 의사소통의 본질이 정확성에 있고, 메시지 자체의 내용이 명확하며 사실에 근거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밥 더 드릴까요?” 했을 때 “아니요, 괜찮습니다” 라고 하면 진짜 괜찮은 겁니다. 하지만 고맥락적 의사소통을 하는 한국에서는 다릅니다. 괜찮다 그래도 진짜 괜찮은 게 아닙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권합니다. 우리는 이걸 '배려"라 부릅니다. 이런 특성은 행동보다는 ‘마음’을 중시하고 내 ‘심정’을 알아주길 바라는 심정중심주의에서 비롯됩니다.”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스스로 금욕주의적 생활을 선택하는 많은 부모들이 그 예 입니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만큼 후일에 보상을 받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토록 절실한 내 심정을 하늘이 알아주겠지 하는 맘인 것입니다. 

세상에는 고생을 한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은데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고생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며, 중요한 건 고생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고생의 내용과 방향인 것입니다. 

 

예컨대 공부하는 자녀의 성공을 빌며 TV도 안 보고 일체의 재미를 포기한 채 부모가 밤새워봐야 별 무소용입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해준다든지 자녀가 모르는 문제를 공부해서 가르쳐준다든지 하는, 성공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고생이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고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장밋빛 미래가 올 것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하며,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놀고 있는 자녀를 두고 못 보는 부모들, 인고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옳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인고의 착각이라는 말에 흥미가 생겼던 이유는 짧은 이 문구 하나로 회사에서의 일중독을 비롯해 사이비종교에의 광적인 집착이나 정치적인 군중심리 등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흔한 과잉 노력 또는 일, 지나친 성실, 집착, 숙련 등에 대해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것 하나로 다른 모든 의무에 대한 면죄부 또는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 대해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 이유가 설명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왼쪽으로 가야 옳바른 방향인데 반대방향인 오른쪽으로 아주 열심히 쉬지 않고 달려가면서 나는 이렇게 엄청나게 성실하게 달려가고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잘못된 방향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더욱더 속도를 내어 달려갑니다.

 

 

5. 포기는 싫어, 모두 가질래

 

“서양에서 대립적 개념으로 보는 많은 것들을 동양에서는 상호유기적이고 보완적인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중용의 가치를 배우며 융화와 화합을 추구하도록 배워온 한국도 비슷합니다. 그러니 한국인에게 어느 하나를 택함으로써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이란 건 참 불편한 개념입니다.”
 
허태균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엔 사회를 관통하는 지배적인 가치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맞으면서 전쟁과 같은 비일상적 극한상황에서 규범 또는 정신적 가치는 의미가 없습니다. 생사가 코 앞에서 갈리는 비인간적 현장에서 내 생명과 생존에 비해 인간의 존엄성, 상징적 가치, 사회적 규범이란 한없이 허무하고 가벼울 따름인것입니다. 그렇게 잃어버린 가치 대신 우리에게 남은 건 가난에 대한 두려움, 물질적 풍요와 성공에 대한 갈망이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인 특유의 복합유연성이 더해지니 한국 사람들은 선택을 싫어하며, 다 가지면 되지, 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느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가족의 사랑은 변치 않을 거라 생각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내느라 친구와 놀 시간을 주지 않아도 내 아이의 사회성과 인성을 괜찮을 거라 확신것과 같은 것입니다.

 

“정치에 대한 시각도 그렇습니다. ‘나는 편향될 리가 없다’는 심리상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정권이 진보정책을 취할 수 없고, 보수정권도 보수정책을 취할 수 없습니다. 진보가 보수의, 보수도 진보의 정책을 모두 추진하길 바라는 겁니다.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기를 요구하는 겁니다. 심지어 ‘돈’과 ‘복지’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무상 복지’, ‘증세 없는 복지’란 슬로건이 나올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 보되 보지 못하고 듣되 듣지 못하다

 

“엄청난 속도의 인터넷 환경이 제공되는 한국입니다. 이통사들은 ‘더 빠른 속도’를 외치며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왜 빨라져야 하는지도 모른 채 속도만을 쫒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최신’, ‘최고급’, ‘비싼’, ‘빠른’, ‘큰’, ‘기벼운’ 등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물건이나 수치화할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한국인의 성공 비결이자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걸 추구하다 보니 정신적 성숙보다는 물질적 성공에 매달리고,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신경 쓰고, 장기적인 기다림보다는 단기적인 실적에 목을 맵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눈에 명확히 보이는 기준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사셨습니까?

한번쯤은 나의 성실함과 노력이 인고의 착각에 빠져있는 중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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