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 얼음밑의 물고기들은 어떻게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는 것일까요?

추운 겨울 얼음밑의 물고기들은 어떻게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는 것일까요?

요 며칠 많이 추워졌습니다.

제가 다니는 산책로에 있던 연못에도 중심부까지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연약해 보이는 물고기의 치어들이 장난치듯 여러 마리가 투명한 얼음 밑에서 여러 마리가 모여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득 저 물고기들은 이렇게 겨울을 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얼음밑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음 밑의 잉어들

 

그 해답은 물의 밀도와 얼음의 밀도차이로 인한 질량의 차이에 있었습니다.

물은 분자량은 18이며 녹는점(어는점)이 섭씨 0도이고 끓는점이 섭씨 100도입니다.
그런데 물의 밀도 1g/cm3는 바로 섭씨 4도일때의 밀도이며 이 온도보다 높거나 낮으면 밀도는 작아집니다.

 

그럼 여기서 호수나 연못의 물이 어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밀도가 작다는 것은 같은 부피일때 질량이 가볍다는 의미이니까 기온이 내려가서 제일 윗부분의 물이 섭씨 4도 부근에 도달하면 상대적으로 무거워져(밀도가 크므로)  물이 바닥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 되면 섭씨 4도의 물은 점차 많아져 결국 물의 표면에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그럼 물의 표면까지 물의 온도가 섭씨 4도가 된다면 결국 물의 순환은 멈추게 되고 계속하여 냉각이 됩니다.
따라서 날씨가 영하의 추운 기온을 유지한다면 물 표면부터 얼음이 생기게 되고(얼음은 물보다 10% 정도 가볍습니다.) 점차 얼음의 두께는 두꺼워집니다.

 

만약 깊이가 얕은 물 웅덩이 정도라면 바닥에까지 얼음이 얼어서 물고기는 살기 힘들겠지만 웅덩이 전체가 깊거나 웅덩이 범위중의 일부의 구역이 깊은 부분이 존재한다면 두터운 얼음층이 단열(열 출입을 차단) 역할을 하여 얼음 밑은 섭씨 4도 정도의 물(액체)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겁니다. 따라서 물고기는 얼음 밑에서도 죽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지요


간단히 말해서 물보다 밀도가 작아진 얼음은 물 위에 뜨게 되는 것입니다.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호수의 물이 얼어도, 얼음은 호수 바닥으로 가라 앉지 않고 호수 표면에 뜹니다. 또한, 표면의 얼음이 영하의 찬 공기를 막아 주므로 일종의 단열 보온효과로 인해 오히려 얼음 아래의 물에서 물고기들은 얼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부피는 늘어나지만 무게는 일정해서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밀도는 줄어듭니다. 따라서 물보다 밀도가 작은 얼음이 물 위에 뜨게 되는 것입니다.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밀도는 약 10% 정도 줄어들게 되므로 전체 얼음의 10% 정도가 물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빙산의 약 10%가 물 위에 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바다위에 떠있는 10프로의 빙산 일부


그렇게 얼음의 단열,보온효과에 의해 물고기들이 저체온증에 걸리거나 얼어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나 의문점이 여전히 있습니다.

 

섭씨 4도에 장시간 방치되는 인간은 저체온증으로 죽습니다.
물고기는 몇개월을 그렇게 지냅니다.
어떻게 살 수 있는 걸까요?

 

그 해답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항온 동물이며 어류는 일광욕으로 체온을 끌어올리는 악어처럼 변온동물에 속하는 데 있습니다.

 

변온동물들은 일정한 온도로 체열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으므로 남는 에너지들을 온갖 다른 곳에 쓸 수 있으며, 항온 동물들에 비해 먹이를 거의 먹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체온 유지는 생각보다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소모하는 활동으로, 인간과 같은 항온 동물은 섭취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체온 조절에 사용하는데 반해, 변온동물들은 조류나 포유류 등은 꿈도 못 꿀 정도로 드문 에너지 섭취로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겨울철에는 약 5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의 먹이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래서 강태공들이 겨울철에 물고기를 낚기가 힘든 것인데 물고기들은 변온동물이므로 겨울에는 극도로 활동을 줄여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더불어 먹이활동도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줄이니 미끼를 물 일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빙하기 시대에 생존해 낸 냉수성 어종인 빙어는 겨울에 활발히 활동하고, 여름에는 수온이 낮은 깊은 물 속에 숨어 지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겨울철 얼음낚시에만 잡히게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항온 동물인 인간은 추위에 매우 약합니다.
체온이 2도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시작됩니다.

 

열이 쉽게 빠져나가는 물속에서는 더욱더 취약해지는데, 10도는 땅 위에선 버틸 만한 온도이지만 그런 물에서 1시간만 있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섭씨 0도 이하인 빙점의 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타이타닉호 사고 때 물에 빠진 사람들은 15~30분 만에 대부분 사망했습니다.

 

남극 이빨고기라고 불리는 한 어류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바다 밑에서 50년을 삽니다. 그런데 이 물고기는 변온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영하까지 내려가는 수온을 견디기 위해 항동결 단백질 물질을 분비해서 스스로 몸이 어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알래스카의 혹한 지역에서 생존하는 알래스카 딱정벌레는 영하 60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항동결 물질을 스스로 분비하는데 남극 이빨고기의 물질과는 조금 다른 물질로 당분과 지방산으로 이루어진 항동결 물질인 "자일로마난"이라는 물질을 분비해서 얼지 않고 생존합니다.

 

이와 같이 물고기는 기본적으로 사람과는 다르게 변온동물에 속하여, 스스로 체온을 낮추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는 데다 물 표면의 얼음이 단열효과를 만들어 주므로 한 겨울에도 얼음 밑에서 생존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예를 든 남극이빨고기나 알래스카 딱정벌레의 항동결 물질이라는 제3의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물고기도 얼어 죽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물고기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예로 온대성 어류인 도미는 수온이 14℃가 되면 식욕이 감퇴하고, 12℃ 아래로 떨어지면 먹이 찾기를 멈추고 동면상태에 들어가는데, 수온이  5℃ 이하가 되면 얼어 죽게 됩니다.

물론 변온성 동물에 속하는 어류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원래의 살던 환경이 아닌 환경이라고 할 만한 통상적이지 않을 정도의 급격한 수온 저하가 있을 경우에만 사망할 수 있습니다.

 

변온동물은 항온동물이 아닌 동물을 가리키는 용어로, 대체로 어류, 양서류, 파충류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이 없어 외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당연히 날씨에 따라 체온이 좌우되므로, 체온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생명활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